글쓰기맹에서 탈출하기
글쓰기맹에서 탈출하기
여기 글쓰기를 시작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부터 머리에 든 지식을 내 밖으로 설명하고, 꺼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능력은 나한테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사실은 내가 이해했던 것이 많은데 내가 이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같은 과제를 여러번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초중고생 때 글쓰기 부문에서 그렇게 상을 쓸어 담던 내가 왜 내가 글쓰기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하고, 읽기까지 점점 어려워지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학부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했다. 로직을 짜고, 안되면 “아주 직관적인” 오류메시지를 받는다. 거의 항상 대부분 빨간색의 오류메시지를 받으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오류 메시지를 복사해서, 구글에 검색하고 그 중에 가장 쉽고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사이트를 클릭해 빠른 길을 찾는다. 난 이렇게 효율적이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4년을 길들여져 있었다.
그나마 작년에는 글을 좀 썼던 것 같다. 자기소개서 쓰면서. 취업준비라는 길을 나도 피해갈 수 없었기에 많은 시간을 자기 PR에 몰두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남들보다 두배의 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카페에서 3시간은 죽쳐야 문항 하나를 겨우 완성하는 수준이었다. 자기소개서 식 글쓰기는 더 어려웠다. 정해져 있는 글자수가 나를 너무 옥죄었다. 사실 취준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기소개서 틀도 거의 정해져 있었다. 메인 소제목 하나, 임팩트 될 문장 하나, 경험을 투영한 근거 문장 몇개. 자기소개서 식 글쓰기를 통해 알게된 장점은 딱 하나밖에 없다. 나는 글쓰기에서 끝마무리를 어려워한다는 점 하나.
효율적이고 빠른 문제해결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구조를 세워서 글을 적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어제 친구한테 살짝 조언을 받았다. 지금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게 친구 덕분이다. 공돌이임에도 불구하고 비트박스에서부터 원예 조경 글쓰기, 영상.. 자기가 좋아하는걸 찾아서 계속 도전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는 글쓰기를 욕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군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마음을 풀어낼 공간이 필요해서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작은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그 친구는 어딘가에 집을 지어 비트박스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약간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community를 만드는게 꿈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부터 글을 차근차근 하나씩 써 나가서 그 친구 집에 한 문장 걸어놓는걸 목표로 하기로 했다.